검색결과841건
프로야구

[김종문 진심합심] 높은 스트라이크와 ABS와 시대정신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2021년 8월 5일, 한국 야구대표팀은 미국과 패자 준결승을 치릅니다. 0-1로 뒤진 4회 초 2사 1루 박건우(현 NC 다이노스) 선수가 타석에 있습니다. 볼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에서 삼진을 당합니다. 볼로 판단하고 1루 쪽으로 움직이던 그는 심판의 콜 이후 껑충 뛰며 당혹스러운 감정을 드러냅니다. 마지막 공은 높은 직구였습니다.3년이 지났습니다. 4월 26일 창원 NC-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박 선수는 1회 상대 투수 찰리 반즈의 공에 삼진을 당합니다. 올림픽 당시 그 공과 거의 흡사한 코스로, 이번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했습니다. 박 선수는 손으로 높다는 제스처를 하며 물러납니다.박 선수의 두 차례 삼진 장면을 꺼낸 건 그의 실력이나 태도를 탓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박 선수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 현역 통산 타율 1위(27일 기준 0.327)입니다. 이 정도 레벨의 선수는 확실한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그도 곤란을 겪은 2개의 하이 존(high zone) 스트라이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올림픽 때는 심판의 특성(또는 오심) 국가별 야구 특성(또는 수준차)에 삼진 이유와 해석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야구는 로컬 스포츠였습니다. 일례로 '아시아 홈런 신기록' 같은 표현을 할 때 각 리그의 경기 수와 특성이 다른데 같이 비교할 수 있냐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야구라는 스포츠가 글로벌 시장을 향해 성장하고, 축구 같은 다른 종목과 비교되면서 국제 경쟁력을 갖췄느냐는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같은 국제 대회에 대한 비즈니스 차원의 수요는 더 늘 것입니다. 국제적인 흐름과 기준을 우리 야구도 따를 수밖에 없고, 높은 존 스트라이크와 컴퓨터 판정 역시 세계화 추세라고 하면 과언일까요. ABS에 의해 존재하지 않던 존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변화에 맞추는 과정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더구나 우리 야구는 국제대회 이후 "높은 스트라이크를 포함해 존을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 존은 너무 좁다"라며 매번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가요. 뒤이어 리그 사무국은 "존을 확대한다"는 발표를 하지만 시즌 초 잠시 넓어졌다가 순위 경쟁이 본격화 되면 예전으로 돌아가길 반복했습니다. 그것도 심판마다 달랐습니다. 경력이 짧은 심판일수록 스트라이크존이 '바늘구멍'이라는 볼멘소리가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과연 공정하고 일관된 것이었나요.기술적으로도 높은 스트라이크는 미국서 유행한 '발사각 혁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수년 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땅볼 유도 구종으로 한때 각광받던 투심(two seamer)이 홈런에 취약하다는 분석에 따라 투수들은 포심(four seamer)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던집니다. 타자 배트의 어퍼 스윙(upper swing) 궤적을 피하려는 전략입니다. 따라서 높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고, 잘 받아치는 것은 최신 야구의 일부입니다.무엇보다 야구를 보고 즐기고 돈을 내는 고객들의 진심은, 시대정신은 '공정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람 심판의 차이(또는 실수)를 인간적이라고 이해하던 시대가 저물고, 정밀하게 판정하는 컴퓨터 심판의 시대로 가는 것을 단지 "복잡한 기술" 중심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 역시 프런트로 일할 때 심판을 이해하려 했으면서 의심도 했습니다. 특정 심판이 주심을 맡은 특정 팀 경기에서 네 차례 연속으로 졌을 땐 더욱 그랬습니다. 모 심판이 경기 후 "(일부 콜을) 놓쳤다"라며 사과인지 변명인지 모를 말을 꺼냈을 땐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 그는 실수가 잦았을까요.하이 존 스트라이크와 ABS는 그 자체가 룰이지만 사람(심판과 선수)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사람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거둘 기회이기도 합니다. 심판위원 대다수는 "우리도 스트레스를 덜었다"라고 말합니다. ABS에 대해 이런저런 이슈가 제기되지만 저는 그것이 일각의 주장처럼 진짜 논란인지는 의문입니다. 수정과 개선 가능한 문제로 리그 구성원들이 분별 있게 판단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누구에겐 좀 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이해합니다. 그러나 모호함이 명확함으로 대체됐고, 그 시간은 줄어들 겁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04.29 07:32
메이저리그

101승 거둔 볼티모어, 2조3000억원에 매각…안젤로스와 굿바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주인'이 바뀐다.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안젤로스 가문이 칼라일 그룹 공동 창립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이끄는 그룹에 볼티모어 구단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30일(한국시간) 전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은 대체 투자 운용사인 아레스 매니저먼트 등과 손잡고 이번 매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ESPN에 따르면 볼티모어의 이번 매각 가치는 17억2500만 달러(2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1993년 피터 안젤로스 구단주가 팀을 인수했을 때 가격(1억7300만 달러·2308억원)의 10배 수준. 매각은 MLB 30개 구단 중 최소 75%의 동의를 받아야 최종 성사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루벤스타인 이끄는 그룹이 약 40%를 먼저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안젤로스 구단주가 사망한 뒤 이전할 계획이다. 이 방법을 통해 안젤로스 가문은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절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29년생인 안젤로스 구단주는 고령에 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의 아들(존)이 전면에 나서는 일이 많았는데 결국 구단을 매각하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워싱턴 지역 변호사로 일한 루벤스타인은 워싱턴 내셔널스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변호사 출신인 안젤로스 구단주는 부모가 그리스 카르파토스 출신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2004년 올림픽 때는 그리스 야구대표팀을 지원하기도 했던 그는 그리스와 인연이 있는 몇 안 되는 빅리그 고위 관계자 중 한 명이었다. 정치에도 관심이 볼티모어 시의회 의원을 맡기도 했다.공교롭게도 볼티모어는 안젤로스 구단주가 팀을 맡은 뒤 긴 시간 성적이 좋지 않았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좌절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7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하는 등 과감한 세대교체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정규시즌 101승을 거뒀는데 이는 프랜차이즈 역사상 공동 4위이자 안젤로스 시대 처음이었다.관심이 쏠린 2024시즌, 구단 주인이 바뀌는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게 됐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1.31 16:43
프로야구

미국으로 옮긴 '바람 가문'의 내전···이정후-고우석 꿈의 ML 맞대결

'바람 가문'의 내전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계속 된다. 미국 언론은 3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과 고우석이 계약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LG 트윈스 구단은 "고우석(26)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영입 제안)를 받았으며, LG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낸 메이저리그 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미국으로 출국한 고우석의 협상 기한은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7시다.LG 구단이 포스팅 비용(이적료)과 관계 없이 고우석의 MLB 진출을 허용함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와 6년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한 '처남' 이정후(26)와 맞대결에 이목이 집중된다. 고우석은 지난해 1월 초 이종범 전 LG 코치의 딸이자 이정후의 여동생과 결혼해 '처남-매제' 사이다. 둘의 인연은 낯선 미국 무대 진출 첫 시즌에도 이어진다. 휘문고와 충암고를 각각 졸업하고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과 LG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정후와 고우석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함께했다. 평소에도 늘 자주 연락하고 지냈다. 오프시즌에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같이 출연했다. 고우석과 아내의 만남도 '야구'로 맺은 인연 덕분이다. 고우석이 친구 이정후의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예비 신부와 알고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가족으로 인연이 맺어지기 전부터 각별한 우정을 자랑했다. 고우석이 2019년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 중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를 앞둔 이정후에게 "나도 정후가 보고 싶다. 4경기만 하고 (대표팀에 얼른) 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에게는 고우석이 키움을 응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자 이정후가 발 벗고 나서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진화했다. 프로 무대에서의 승부 앞에 양보는 없다. 고우석은 2019년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정후와 만나서 그를 이기고 싶다"라고 했다. 이때까지 프로 무대에서 이정후에게 4타수 무안타로 강했다. 하지만 준PO 2차전 4-4 동점을 내준 9회 말 2사 1루에서 이정후에게 처음으로 안타를 맞았다. 이어 2루까지 뺏겼다. 고우석은 제리 샌즈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몰렸고, 결국 교체됐다.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고우석은 2-2로 맞선 9회 초 1사 후 이정후와 7구째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PS에서 두 차례 맞붙어 이정후가 모두 안타를 뽑아냈다. 정규시즌 총 상대 전적은 10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이다. 이정후와 고우석의 자존심 대결을 무대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옮겨 펼쳐질 예정이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올 시즌에만 총 13차례 열린다. '바람 가문'의 내전에 한국과 미국 모두 큰 관심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정후는 리드오프를 맡을 것이 유력하고, 고우석을 마무리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MLB 진출을 꿈꿔온 이정후와 고우석이 이제 곧 빅리그에서 꿈의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이형석 기자 2024.01.03 16:15
프로야구

[IS 포커스] 고우석이 '포스팅 자격' 채운 방법과 예비 FA 신분

마무리 투수 고우석(25·LG 트윈스)은 어떻게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자격을 채웠을까.고우석은 15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의 신분조회 사실이 알려졌다. 신분조회 요청은 해외 구단이 한국 선수를 영입하기 전에 하는 사전 절차. 신분조회를 요청했다고 해서 빅리그 진출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2017년 11월에는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손아섭(당시 롯데 자이언츠·현 NC 다이노스)은 물론이고 정의윤(당시 SK 와이번스·은퇴)까지 신분조회를 받기도 했다. 정의윤은 그해 전년 대비 타격 성적(27홈런 100타점→15홈런 45타점)이 크게 떨어져 신분조회 자체를 현장에서도 의문으로 받아들였다. 실제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잔류했다.고우석도 상황은 비슷하다. 리그 최연소 40세이브(24세 1개월 21일)를 달성하며 개인 첫 구원왕(42세이브)에 오른 지난해 성적보다 올 시즌 크게 부진했다. 잔부상에 시달려 구위가 들쭉날쭉한 탓에 15세이브에 그쳤다. 하지만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 KBO리그에 흔치 않은 '파이어볼러 마무리 투수'라는 점이 매력적일 수 있다. 선수 본인도 해외 진출 의사가 강해 어떤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린다. 차명석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고우석의) 포스팅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에 보고해야 한다"며 "일단 어떻게 원하는지 들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KBO 발표 전후 고우석의 에이전트인 리코 에이전시(대표 이예랑) 측에서 16일 구단을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우석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2017년 입단 동기지만, 데뷔 첫 시즌 25경기 등판, 30이닝 소화에 그쳤다. 1군 등록일수도 100일에 불과했다. 현행 KBO리그에선 한 시즌을 온전하게 인정받으려면 145일을 넘겨야 하는데 40일 이상 날짜가 비었다. 2017년을 빼면 '1군 등록일수 6년'으로 포스팅이 가능한 7년에 1년이 부족하다.고우석은 부족한 2017년 1군 등록일수를 국제대회 보상으로 채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7년 9월 제3차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대표팀 참가 일수만큼 주어지던 FA 등록일수 보상을 '포인트제'로 바꿨다. 국제대회 출전에 따른 기본 포인트와 성적에 따른 추가 포인트를 보상하고 선수는 1포인트를 FA 등록일수 1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KBO에 따르면 고우석은 2019년 프리미어12 준우승으로 60일, 2021년 도쿄 올림픽 출전(4위)으로 10일,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1라운드 탈락) 출전으로 10일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금메달로 25일을 보상받았다. 국제대회 보상일수만 100일을 넘겨 무난하게 2017년 등록일수 '145일'을 만들었다. 그 결과 포스팅 7년을 채웠다.고우석의 포스팅이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LG로선 고우석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게 쉽지 않다. 관건은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는 점이다. FA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면 별다른 보상 없이 선수를 잃어야 할 수 있다. 포스팅은 계약에 따른 이적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1.15 20:00
프로야구

"미안해 하지마" 2008년 뜨거운 눈물 떠올린 국민타자, 자책한 곽빈 감싼 사연

“미안한 마음은 항저우에 두고….”‘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까마득한 후배이자 제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국제대회에서 눈물을 흘려봤고, 동료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상황은 달라도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을 후배에게 이 감독은 “미안한 마음은 항저우에 두고,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한다”라고 격려했다. 두산 투수 곽빈은 지난 7일 끝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에 뽑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돌아왔다. 대회 초반 입은 담 증세(등) 때문이었다. 대표팀 동료들은 곽빈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곽빈은 환하게 웃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라며 경기에 나서지 못해 팀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에 국가대표 ‘대선배’이자 소속팀 스승인 이승엽 감독이 조언을 건넸다. 이승엽 감독은 “누구 혼자 따낸 금메달도 아니고 팀원들 모두가 고생해서 딴 금메달이다. 곽빈도 응원 열심히 하고 나름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미안한 마음은 항저우에 두고 이제 잠실(두산)에서 좋은 활약을 했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15년 전 이승엽 감독의 모습이 떠올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내내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던 이승엽 감독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극적인 홈런을 때려낸 뒤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동안 너무 부진해서 팀에 너무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15년 후 곽빈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터. 이승엽 감독은 “나는 눈물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그날로 다 털어냈다. 다 잊고 결승전에 임했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승엽 감독은 쿠바와의 결승전전에서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대표팀은 전승 우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곽빈도 미안한 마음은 대회에서 끝내고, 이제는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잘 던져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곽빈은 이미 AG 중반에 몸 상태가 괜찮아졌다. 다만 매 경기가 치열하거나 압도적인 양상으로 펼쳐졌기에 ‘선발 자원’인 곽빈이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이승엽 감독도 류중일 대표팀 감독에게 직접 곽빈의 몸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곽빈은 팀 복귀 후 캐치볼을 통해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 몸 상태에 이상이 없는 것이 확인된 곽빈은 지난 13일 잠실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곽빈은 복귀전이었던 해당 경기서 6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9탈삼진 1실점 짠물 투구를 선보이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을 감싼 대선배이자 스승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10.14 06:00
스포츠일반

[항저우AG가 남긴 논란②] 아시아에서도 이류 전락...프로농구 프로배구에 무슨 일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와 남자축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남녀배구는 각각 12강 탈락, 5위를 기록했다. 남자농구는 7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여자농구는 동메달로 체면치레하는데 그쳤고, 야구대표팀도 금메달까지 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농구와 배구는 한국의 대표 인기 프로스포츠 종목이라는 점에서 아시아 3위 안에도 못 들어가는 성적표가 수치스러울 정도다. 국제 종합대회 때마다 프로 구기종목인 농구와 배구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고 자원들이 수준급의 지원과 연봉을 받으며 풀타임으로 운동을 하는데, 이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왜 아시아에서도 '이류'로 전락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유망주 부재다. 단순히 국제 대회 성적 부진만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리그에서도 유망주가 없고, 대형 스타 재목이 나타나지 않아 인기가 사그러드는 게 현실이다. 2022~23시즌 프로배구 정규리그 남녀부 최우수선수(MVP)는 한선수(38)와 김연경(35)이었다. 프로농구 정규리그 MVP는 김선형(35), 여자프로농구 MVP는 김단비(33)였다. 남녀 프로농구와 배구 MVP의 평균연령이 35.3세다. 실력에서 이들을 압도적으로 넘어서는 후배가 농구-배구 전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항저우 대회 대표팀에서 한선수는 남자배구 대표팀의 긴급 호출을 받고 다시 소집됐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김연경을 비롯한 베테랑들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후 성적이 급전직하했다. KBS 해설위원을 맡았던 김연경은 이번 배구대표팀 부진에 대해 “내가 뛰는 동안 미래 세대에 대한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유소년 시스템을 갖춰서 인재를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측면에서 부진 원인은 또 있다. 한국 배구와 농구는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프로리그를 운영한다. 팀별로 두터운 선수층을 갖추지 못해 소수의 뛰어난 선수들이 긴 프로 시즌 동안 집중적으로 혹사당한다. 게다가 혹사당한 팀별 주전 선수들이 고스란히 대표팀에도 차출된다. 남자 프로농구 스타급 선수들의 경우 시즌이 훨씬 더 길고 경기 수가 많은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과 비교해도 한 시즌 경기 수나 평균 출전시간이 엇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NBA의 미국 출신 스타들은 비시즌 동안 대표팀 부담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정도다. 올해 월드컵 미국대표팀은 대학 선발이었다. 반면 선수층이 얄팍한 한국은 농구를 기준으로 할 때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10~15명이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을 모두 뛰어야 한다. 결국 대표 소집 때마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이유로 불참하고, 국제대회 때마다 부상 탓에 주요 선수들의 공백이 속출하니 한국 대표팀의 고유한 색깔을 입히거나 팀워크 훈련을 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한정된 스폰서 자원이 프로 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대표팀을 관리하는 협회는 스폰서 구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임 감독제, 전문적인 스태프 지원, 훈련 환경 지원 등의 지원 활동이 턱없이 적다. 성적이 나오기 힘든 구조적 악순환이 2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최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대표팀 운영을 하려는 노력도 거의 없었던 것도 문제다. 농구와 배구 대표팀은 국제대회의 경쟁국을 제대로 분석하거나 세계적인 강팀의 트렌드와 흐름을 분석해 적용하는 것조차 전혀 하지 못했다. 한국이 뒷걸음질 하는 동안 다른 아시아팀들은 꾸준히 노력했다. 빡빡한 프로리그가 없는 상태에서 협회가 대표팀에 체계적인 지원을 한 일본 남녀 농구는 괄목할 성장을 보여줬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층을 보유한 중국은 늘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보여준다. 여기에 최근에는 동남아 팀들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한국 농구와 배구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윤봉우 배구 해설위원은 이번 항저우 대회의 부진을 한마디로 "한국은 실력에서 졌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정리했다. 안덕수 농구 해설위원은 "일본 여자농구가 어린 선수들을 미국과 호주에 유학시키면서 스피디하고 전원이 3점 공격에 나서는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잡았다.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구기종목이 당장의 프로 리그 우승이나 인기, 현재 기득권층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데 혈안이 된 듯 근시안적인 행정을 보였다. 이게 국제경쟁력을 저해하는 데 치명적인 독소 역할을 했다. 프로리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도 대표팀의 클래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프로연맹과 협회가 협업해 멀리 내다보는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인프라와 선수층을 넓혀가는 게 절실하다. 이은경 기자 2023.10.13 07:29
프로야구

야구, 2028 LA 올림픽 정식 종목 가능성…이번 주 IOC 투표

2028년 열리는 LA(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종목으로 야구가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미국 CBS스포츠는 'LA 올림픽에 몇 가지 새로운 종목이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이 제안에 대해 투표할 예정'이라고 10일(한국시간) 전했다. 폭스스포츠는 5개의 새로운 종목으로 야구/소프트볼·플래그 풋볼·크리켓·라크로스·스쿼시를 언급했다.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야구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졌다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12년 만에 부활했다. 유럽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선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유럽은 야구 인기가 시들하고 저변도 약하다. 반면 메이저리그(MLB)를 운영하는 미국에선 다르다. LA 올림픽에선 야구의 정식 종목 재진입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였는데 실제 그런 움직임이 확인됨 셈이다.케이시 바서맨 LA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번에 제안한 스포츠들은 경기장에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문화를 끌어낸다. 이 스포츠들은 미국과 전 세계의 뒷마당, 학교 운동장, 커뮤니티 센터, 경기장,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관련성이 있고 혁신적이며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둔 스포츠"라고 평가했다.CBS 스포츠는 '파리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이는 브레이크 댄스가 LA 올림픽의 새로운 제안서에는 제외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모터스포츠, 킥복싱, 가라테도 빠진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0.10 10:01
스포츠일반

야구·핸드볼·하키...대회 13일 차 '한일전' 데이, 구기 종목 자존심 지킬까 [항저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회 13일차가 진행되는 5일, 구기 종목 한일전이 연달아 스포츠팬을 찾아간다. 야구 대표팀은 오후 1시부터 일본과 슈퍼라운드를 치른다. 올림픽·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라면 '라이벌전'으로 표현될 수 있는 대결이지만, 일본은 AG에는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출전시키고 있어 그 무게감이 떨어진다. 한국은 조별예선 2차전에서 대만에 0-4로 패한 전적을 갖고 슈퍼라운드를 치른다. 한일전 무게감보다는 1승을 거두는 게 의미가 있다. 일본·중국전을 모두 승리해야 결승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일본은 중국에 0-1으로 패하며 이변을 헌납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부담감을 안고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생순' 신화를 이어가는 한국 핸드볼도 오후 6시 일본과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여자 핸드볼이 AG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 베이징 AG부터 이전 대회였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한 번을 제외하며 모두 우승했다. 일본과의 전적도 41승 1무 5패로 크게 앞서 있다. 가장 최근 치른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에서는 25-24, 1점 차 신승을 거뒀다. 여자 하키는 오후 7시 30분,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만난다. 조별리그 A조에서 3승 1무를 기록하며 인도에 동률을 이룬 한국은 골 득실에서 밀려 2위가 됐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한 바 있다. 일본을 꺾으면 2014년 인천 대횡 이후 9년 만에 AG 정상 탈환에 도전할 수 있다. 한국은 배구·농구 등 인기 구기 종목들이 졸전을 보여주며 실망감을 안겼다. 남자 농구는 2진으로 나선 일본에 패하며 대진이 꼬이기도 했다. '한일전 데이'에 시선이 모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0.05 10:18
프로야구

류중일 감독 "올림픽보다 선수 컨디션 좋아. 곽빈-문동주 고민"[항저우 2022]

아시안게임(AG) 4연패에 도전하는 류중일호가 결전지인 중국 항저우에 도착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AG 야구 대표팀은 28일 오후 중국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류중일 감독은 "(중국 항저우 날씨가) 확실히 덥다"고 웃었다. 대표팀은 29~30일 이틀간 자체 훈련을 소화한 뒤 10월 1일부터 본격적인 대회 일정에 돌입한다. 10월 1일 홍콩, 2일 대만, 3일 예선 통과 팀과 맞붙는다. 가장 중요한 일정은 사실상 B조 1위 결정전인 대만과의 예선 두 번째 경기다. 특히 이번 대만 대표팀에는 병역 혜택 확대 속에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가 7명이나 합류,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5년 전 AG에 참가한 대만 마이너리그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외 CPBL 선수 10명, 실업 팀 소속 7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류중일 감독은 "남은 이틀 동안 선발 투수를 정해야 한다. 특히 대만전에 곽빈(두산 베어스)와 문동주(한화 이글스) 중 누굴 투입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 다 지난 26일 고척돔에서 열린 상무와 연습경기에 나란히 선발등판했다. 이날 대표팀은 상무 측에 양해를 구해 보다 많은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상무에도 대표팀 선수가 섞여 뛸 수 있게 조치했다. 곽빈과 문동주는 각각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류중일 국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만 타자의 스윙 궤적과 둘의 투구 궤적을 함께 고려해 누가 더 상대 타자에게 잘 맞는지, 혹은 안 맞는지 따져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팀 내 컨디션도 변수다. 류중일 감독은 "(류지현, 이종열 등) 과거 올림픽에 다녀온 코치진 말에 따르면 그때보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훨씬 낫다고 한다. 투수들의 컨디션은 다 괜찮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전 AG와 마찬가지로 한국, 일본, 대만 3파전이 예상된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고, 대만은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은 AG에서 일본이나 대만에 덜미를 가끔 잡히곤 했다.류중일 감독은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항저우(중국)=이형석 기자 2023.09.28 16:53
프로야구

[단독] 다카쓰 신고의 당부 “내가 알던 한국 야구 아니야…기본으로 돌아가라”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2008년 어느 날, 이광환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감독이 코칭스태프 회식을 열었다. 경기 후 코치들, 그리고 몇몇 고참급 선수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 당시 기자도 그 자리에 참석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었다. 참석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다카쓰 신고였다.당시 다카쓰는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였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네 차례나 구원왕에 올랐던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기도 했다.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그가 마흔 살 나이에 KBO리그에서 뛰는 자체가 놀라웠는데, 사적인 자리에서도 한국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장면도 퍽 인상적이었다.다카쓰가 KBO리그에서 뛴 것은 한 시즌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수로서 직접 뛰고 부딪혔기에 한국야구에 대한 그의 관심과 이해가 높다. 현재 NPB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을 맡고 있는 그에게 KBO리그와 2023년 WBC 4강에서 탈락한 한국 야구대표팀 대해 물었다. 투수 제구력 현저하게 퇴보다카쓰는 "내 입장에서 한국야구 대표팀의 실력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전과 비교하면 투수와 타자들의 기량이 저하됐다. (2023년 WBC에서는) 이전의 한국 대표팀 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MLB와 NPB, KBO리그 모두에서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그는 특히 한국 마운드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다카쓰는 "한국 투수들의 제구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힘에만 의존해서 공을 던지던데, 요즘에는 시속 150㎞의 빠른 공도 타자들이 잘 쳐낸다. 그럴수록 투수에겐 세밀함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어떤 경기나 선수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다카쓰가 본 장면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한국-호주전(3월 9일), 한국-일본전(3월 10일)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은 두 경기에서 무려 17이닝 동안 21자책점(팀 평균자책점 11.12)을 기록했다.특히 일본전 4-6으로 뒤진 6회 말 무사 3루 위기에서 등판한 김윤식, 정우영, 이의리의 부진이 뼈아팠다. 코너워크를 할 제구가 안 되고,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투구할 구위와 배짱은 없었다. 이 순간, 한국 투수와 일본 타자의 격차는 어느 때보다 컸다. 몇 몇의 잘못도 아닌, 한국 마운드의 총제적인 문제가 드러난 장면이었다.다카쓰는 "사실 이건 기본기의 문제다. 투수는 학창 시절부터 (좋은 폼으로) 많이 던져야 한다. 나도 수백 개씩 투구했다. 불펜에서도 많이 던졌고, 타자들의 훈련을 도우면서 또 던졌다"고 말했다.그가 말하는 건 '용불용설(用不用說)'이다. 많이 던질수록 투수의 팔이 단련되고, 제구도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투구 수 관리를 중시하는 현대 이론과 배치되기는 한다. 다카쓰는 투수의 기량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충분히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선수 시절 다카쓰는 '특별한 공'을 던지지 못했다.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한 그는 선발 투수로서 자리 잡지 못하다가 구원 투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속 130㎞대의 주 무기 싱커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던졌다. 어려운 공이 아닌 것 같은데 그를 상대한 타자들은 정타를 맞히지 못했다. 더 던지고, 더 연구하는 일본 투수들다카쓰가 KBO리그 선수로 뛰었던 2008년은 한국 야구의 전성시대였다. 한국 야구는 그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과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2009년 WBC에서는 일본과 5차례 명승부(2승3패)를 벌이며 준우승을 차지했다.다카쓰는 "기본적으로 한국 야구의 수준은 높다고 생각한다. (발전) 가능성이 큰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 대표팀의 기량이 일본 팀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온 립서비스일 수 있다. 그래도 10여 년 전에는 크지 않았던 한일 야구의 격차가 몇 년 사이 더 벌어진 건 틀림없다.2023년 WBC 최우수선수(MVP) 오타니 쇼헤이뿐 아니라, 일본에는 체격과 파워가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채 여전히 김광현‧양현종에게 대표팀을 맡기는 KBO리그와 크게 대비됐다.다카쓰는 "일본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 방법이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타자의) 파워와 (투수의) 스피드가 향상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옛날 선배들보다) 많이 훈련하고, 연구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야구의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대등해지려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할 거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김식 기자◆다카쓰 신고(高津臣吾, 1968년 11월 25일~)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해 1994년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시작으로 네 차례 타이틀을 차지했다. 2004년 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2005년 뉴욕 메츠에서 활약한 뒤 2006년 야쿠르트로 복귀했다. NPB 통산 286세이브, MLB 통산 27세이브를 기록하며 사사키 가즈히로에 이어 두 번째로 미‧일 300세이브를 돌파했다. 또 2008년에는 KBO리그(8세이브), 2010년에는 대만 프로야구(CPBL, 26세이브)를 경험했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 팀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뛰다 2014년부터 야쿠르트 투수 코치를 맡았다. 2020년 야쿠르트 감독에 오른 뒤 2021년 센트럴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23.09.27 11: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